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장마’, 그리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우기’. 오늘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장마나 우기는 왜 발생하는 걸까?
계절풍, 만남과 이별의 노래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오랜 연인처럼 서로를 갈망하고 또 밀어내는 대지와 바다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여름날,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과 그 옆의 미지근한 물 한 잔을 상상해 보세요. 바로 육지와 바다의 관계가 이와 흡사합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대륙은 마치 열정 넘치는 연인처럼 금세 뜨거워집니다. 달아오른 대지 위에서는 공기마저 가벼워져 하늘로 솟구치고, 그 빈자리는 낮은 기압의 공간으로 남게 되죠. 반면에, 깊고 넓은 바다는 쉽게 자신의 온도를 바꾸지 않고 천천히 열기를 머금습니다. 덕분에 바다 위는 상대적으로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높은 기압을 이루게 됩니다.
공기는 역시 물이 흐르는 것처럼, 기압이 높은 바다에서 낮은 대륙을 향해 불어옵니다. 이것이 바로 여름 계절풍, ‘몬순’이라 불리는 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단순한 공기의 이동이 아닙니다. 겨울이면 이들의 관계는 역전되어, 차갑게 식은 대륙에서 건조한 바람이 바다로 불어 나가니, 계절마다 반복되는 대지와 바다의 밀고 당김은 실로 장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전선, 하늘에 그어진 경계
우리나라 여름 하늘의 단골손님, ‘장마전선’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장마전선은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두 거대한 공기 덩어리, 즉 ‘기단’이 만나 펼치는 팽팽한 힘겨루기라 할 수 있습니다.
초여름이 되면, 저 멀리 남쪽 북태평양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풍부한 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거인이 그 세력을 한반도까지 뻗쳐 옵니다. 한편, 북쪽에서는 아직 서늘한 기운을 간직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나 시베리아 대륙에서 건너온 변덕스러운 공기 덩어리가 호시탐탐 남하할 기회를 엿보죠. 이 두 거인은 마치 성격이 정반대인 두 주인공처럼 쉽게 하나로 섞이지 못하고, 그들이 마주하는 경계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이때, 두 거인의 힘이 엇비슷하여 어느 한쪽도 상대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면, 전선은 마치 줄다리기하듯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체전선’이며, 우리의 장마전선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따뜻하고 습한 남쪽의 공기가 차가운 북쪽 공기의 어깨를 타고 오르며 눈물처럼 비구름을 피워내고, 이 전선이 한반도 상공을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지상에 길고 긴 비의 선율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두 거인의 미묘한 세력 다툼에 따라 비구름의 위치와 강도가 달라지니, 그야말로 하늘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구름 뒤에 숨은 거대한 강, 대기천
최근 몇 년, 여름철 폭우의 배후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대기천(Atmospheric River)’.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존재는, 말 그대로 하늘에 흐르는 강이라니...
물론 눈에 보이는 강물이 흐르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투명한 비단길처럼,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좁고 긴 띠를 이루어 특정 지역으로 맹렬히 흘러 들어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그 폭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길이는 때로 수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어, 거대한 아마존강이 토해내는 물의 양보다도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이동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강물이 우리나라 상공으로 밀려들고, 여기에 장마전선이나 지형적 조건까지 가세하면, 짧은 시간에 세상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 듯한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그저 ‘저기압이 발달했다’ 거나 ‘전선이 활성화되었다’ 정도로만 설명되던 극한 호우의 많은 경우가, 사실은 이 ‘대기천’이라는 숨은 주역의 작품인 거죠.
기후변화, 달라진 하늘
한때는 여름의 시작과 끝을 가늠케 하던 장맛비가 때로는 짧게 스치듯 지나가거나, 어느 날은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특정 지역에만 물 폭탄을 쏟아붓는 변덕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당혹게 합니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지구 전체가 점점 뜨거워지는 온난화 현상은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을 늘려놓았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대기는 약 7%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곧 비를 만드는 ‘재료’ 자체가 풍부해졌음을 의미하며, 한 번 비가 내릴 때 그 강도가 훨씬 강력해지고 집중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공기 흐름, 즉 대기대순환의 익숙한 패턴마저 뒤흔들어 장마전선이 머무는 위치나 이동 속도에도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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